[일본 근현대사]#36_메이지 헌법, 향후 일본 파시즘의 근원이 되다

 제국 헌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천황과 군대에 관한 규정이다. 이것은 일본이 침략 전쟁을 도발하도록 하여 아시아와 세계에 크나큰 재앙을 안겨주었다. 결국 일본 제국을 철저히 패망시킨 원인이기도 하다.

 헌법 규정에 따르면, 육·해군의 통솔과 편제 그리고 병력을 결정하는 권한은 순전히 천황에게 있고 의회나 내각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군대 통솔권이 독립적이고 군부가 천황의 직속 기관이기 때문에 군부의 권력이 막강해 심지어는 내각과 의회를 좌지우지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천황의 자문기관인 원수부와 군사 참의원은 원수와 육·해군 대신, 참모총장, 군령부 총장으로 구성되어 완전히 군부의 세력에 속했는데, 군부의 의견을 천황에게 전달하는 권리를 가졌다. 따라서 대권을 좌우하고 내각 통제와 정부의 대내외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결국 일본을 군국주의 노선을 걷게 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 후 일본 역사에서는 청일전쟁 때부터 군부가 독단적으로 전횡을 부리기 시작했다. 1931년 중국 동북부 침략과 1937년 청일전쟁, 1941년 태평양 전쟁에 이르기까지 군부와 쇼와 천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전후 도쿄재판에서 쇼와 천황을 심판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 때문이었다.

 미국의 주립 대학 교수이자 200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허버트 빅스가 저서 '히로히토와 근대 일본의 형성'에서 밝혔듯이 법리적인 관점에서 쇼와 천황이 전범인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주일 연합군 본부가 일본을 점령한 후에 가장 먼저 했던 일도 봉건주의적, 군국주의적 색채가 짙었던 메이지 헌법을 폐지하는 것이었다.

 헌법이 반포되었을 당시 추방당해 있던 민주지사 나카에 조민은 헌법 조문을 보고 "한번 읽은 후 쓴웃음을 지을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특별사면령도 헌법 반포 소식과 함께 도착했다. 2년 전인 1887년, 그는 '삼취인 경륜 문답'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주정뱅이 세 사람의 입을 빌려 메이지 시대 일본 사회의 주요 사조를 정확히 묘사했다. 당시 일본 청년들에게 일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계몽적인 가치가 매우 큰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양학 신사와 호걸, 남해 선생이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양학 신사는 제국주의 열강들이 일본에 쳐들어오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국제법이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고 있으며 강대국이 약소국을 핍박할 경우 프랑스와 미국의 원조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부국강병을 주장하는 호걸은 그건 허황된 망상이라며 분노하며 아무리 고민한다 해도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일본과 인접한 러시아가 수많은 병력으로 터키를 침략하고 조선을 넘보고 있는데, 인구도 적고 경제력도 약한 일본이 러시아의 대군에 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서둘러 영토 확장, 경제력 증강, 병력 증대, 전함 확충 등을 실시해 아프리카나 아시아를 공격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면모를 일신하고 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해 선생은 두 사람의 주장에 모두 반대했다. 양학 신사의 주장은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단결하지 않을 경우, 그것은 실현 불가능하고, 호걸의 주장은 군주가 독재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며 반박했다. '호걸이 말하는 대국이 아시아 국가라면 동맹을 맺고 서로 도와야 하며 함부로 무력을 사용해 무고한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만약 이것이 중국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풍습이든 문물이든, 아니면 지리적으로든 아시아의 소국들은 모두 중국과 동맹을 맺어야 하며 결코 무력을 사용해 원한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남해 선생이 말을 마치자, 두 손님은 곧 사라졌다. 양학 신사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고, 호걸은 상하이로 떠났으며, 남해 선생은 일본에 머물러 혼자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20년 동안 진행된 근대화 개혁을 통해 세계를 주목시킬 만한 놀라운 성과를 거둔 일본, 이 나라는 과연 19세기 마지막 10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20세기에 와서는 어떤 행보를 걸어 우리나라와 세계를 힘들게 하였을까?

자유 민권 사상가 나카에 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