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8 [러시아사]#44_러시아혁명 이전, 점점 커져가는 볼셰비키 세력 레닌의 혜안 사실 볼셰비키 내부에서도 레닌을 지지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스탈린과 카메네프가 창간한 '프라우다'(진리라는 뜻의 공산당 기관지)에서도 임시 정부에 대한 태도는 모호했다. 어쩌면 이처럼 역사가 베일을 벗기 전에 그 모습을 파악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역사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점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닥치면 그저 조급한 마음으로 역사의 결정을 기다린다. 또한 한편으로는 남다른 안목을 가진 이를 비웃으면서 자신은 결코 역사의 낙오자가 아님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사는 레닌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1917년 7월, 임시 정부는 '동맹국에 대한 의무 이행'을 내걸고 러시아군의 출전을 명령했다. .. 2024. 2. 26. [러시아사]#43_임시 정부와 소비에트의 정권 겨루기 임시 정부에 대한 치솟는 불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에는 유명한 배 한 척이 전시되어 있다. 역사와 함께한 이 순양함의 이름은 '오로라'였다. 이 배의 대포는 1917년부터 줄곧 겨울궁전을 조준하고 있다. 1917년 11월 7일, 순양함 오로라가 내뱉은 굉음과 함께 러시아의 역사는 새로운 페이지를 쓰게 됐다. 하지만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쓰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1917년 2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지 4년째에 접어들면서 러시아인들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 페트로그라드에서 노동자들과 군인들에 의해 발발한 2월혁명으로 인해 300년이나 러시아를 통치했던 로마노프 왕조가 붕괴한 이후 러시아에는 두 개의 정부가 출현해 혼란을 빚고 있었다. 하나는 자산 계급이 세운 임시 정부였고, 다.. 2024. 2. 25. [러시아사]#24_예카테리나 교서와 현실적 한계_Part.1 옛 러시아 사람들은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신속하게 씨 뿌리는 일을 끝내야 했지만 막상 그 일이 끝나고 나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긴 겨울을 보냈다. 이러한 자연조건 때문에 러시아인들은 불굴의 인내와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기르게 된 건 아닐까? 또한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을 술로 보내며 시간을 낭비하는 버릇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러시아인들을 두고 "엄청난 핍박이 가해져야만 비로소 대단한 인내력을 발휘하는 민족"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러시아인들에게 동서를 나누는 광활한 영토는 호탕한 기개를, 혹독하게 추운 날씨는 비장함을 물려주었다. 이 때문에 쓸쓸함과 비애는 러시아 예술을 대표하는 정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비애는 나약한 영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으며 정신의 쇠퇴에 기인하.. 2023. 12. 6. [러시아사]#16_'상트페테르부르크' 건설과 의의 표트르에게 있어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거둔 승리가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이유는 바로 러시아가 발트해를 통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바닷길이 생겼기 때문이다. 1703년 11월, 술과 소금을 가득 실은 네덜란드의 상선이 네바 강에 닻을 내렸다. 그 배의 선장은 금화 500개를 상금으로 받았다. 표트르는 네바강에서 가장 먼저 닻을 내리는 외국의 배에게 금화 500개를, 두 번째 배에는 300개를, 그리고 세 번째 배에는 금화 100개를 상금으로 주겠다 공표했었다. 표트르는 러시아와 유럽이 처음으로 직접 경제 교역을 하는 걸 특이한 방식으로 축하하며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음을 상징한다. 표트르는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최초의 관문인 이곳에 수백 척의 배들이 운집해 주기를 바라면서도, 이곳을 단순한 항구로만 남기고.. 2023. 12. 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