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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포르투갈&스페인

[스페인 마무리] 17세기, 유럽의 이류 국가가 된 스페인

by 티제이닷컴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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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유럽

 스페인의 봉건 계급제도는 스페인 사회에 특별한 사회 풍조를 만들었다. 스페인의 많은 상인들은 큰돈을 번 후 앞다퉈 귀족 신분을 사들였다. 이를 위해 상인들은 권력자들에게 온갖 아부를 하며 돈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부자가 된 상인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는데, 실상 상인의 자식들은 대부분 향락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사치 풍조는 스페인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하고 놀기 좋아하는 게으른 습관에 길들게 했다.

 스페인은 오랫동안 네덜란드와 독립을 저지하는 전쟁을 치렀고, 영국과의 바다의 패권 다툼을 위한 전쟁도 끊이질 않았다. 영국은 17세기 중반에 이르러 30년 전쟁을 통해 스페인을 무너뜨렸다. 1648년 유럽 각국은 30년 전쟁의 막을 내리기 위해 베스트팔렌 조약을 체결했다. 이때 스페인은 이미 오랜 전쟁으로 마치 격투를 벌인 권투선수처럼 정신이 혼미하고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베스트팔렌 조약
제후들에게 완전한 영토적 주권과 통치권을 인정하고 가톨릭, 루터파, 칼뱅파에 동등한 지위를 부여했다. 이것은 정신적으로는 교황이 주도하고 세속적으로는 황제가 주도하는 가톨릭 제국으로서 신성로마제국이 실질적으로 붕괴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조약은 유럽 근대화와 절대주의 국가 성립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재정 붕괴, 끊임없는 내란, 제국에 만연한 빈곤 등 스페인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후 프랑스와 피레네 조약(스페인의 몰락과 프랑스에 대한 종속 관계가 시작되는 지표)을 맺음으로써 스페인은 유럽 열강 구조에서 이류 국가로 전락했다.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은 스페인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오히려 더 큰 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스페인이 유럽 각국과 전쟁을 치르는 동안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유럽에서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메리카에서도 많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유럽의 신흥 열강들은 경제, 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유럽은 물론 아시아,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물러간 빈자리를 채웠다. 따라서 유럽 열강의 쟁탈전은 유럽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펼쳐졌다.


스페인, 유럽의 인도가 되다

 신대륙 발견이 스페인에 가져다준 단기간의 이익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대량의 금은이었다. 스페인은 엄청난 양의 금은을 경제 발전이 아닌 귀족과 상류층의 사치품 소비와 제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에 소비했다. 훗날 많은 사람은 스페인이 막대한 금은을 경제 발전에 이용하지 않고 겉치레와 군사비로 사용한 데 대해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돈으로 스페인 국내에 수많은 교회가 세워지고, 문학과 예술의 발전을 촉진했다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따라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당시의 막대한 금은은 스페인의 화려한 문화 부흥과 맞바꾸었다고 할 수도 있다.

 

 당시 갑작스럽게 늘어난 금은은 경제적 악재로 작용했는데, 바로 인플레이션이었다. 따라서 스페인 국내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고 화폐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스페인이 국내 산업 발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반면에, 유럽 신흥 열강들의 산업은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십 년이 지나자 스페인 국내 공업은 크게 위축되었고, 화폐 가치는 계속 떨어졌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사치스러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스페인으로 유입된 막대한 금은 대부분은 스페인을 거쳐 유럽 대륙으로 흘러 들어갔고 스페인에 남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 열강 산업 발전의 촉매제였다. 17세기부터 유럽 대륙 열강들과 영국은 앞다퉈 공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유독 스페인만은 국내 산업 발전을 방치해 유럽의 가난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유럽의 열강들은 스페인 시장을 잠식하고 지배했으며, 이 때문에 스페인은 유럽의 인도로 불리기도 했다.

이베리아반도 위성 사진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유럽의 이베리아 반도. 출처 :https://www.nasa.gov/image-article/iberian-peninsula-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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