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37_ 영국의 '명예혁명'

명예혁명이 이루어지기까지

 16세기 이후 영국에서 가톨릭은 전제왕권과의 상관관계로 인해 증오의 대상이 되어 갔다. 이런 상황에서 가톨릭교도인 제임스 2세가 영국을 통치한다는 것은 거의 재앙에 가까운 일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통치 방식에 불만을 품었지만, 군주제를 존중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국민들은 국왕을 보위해야 하는데, 그 국왕은 가톨릭을 믿고, 국민들은 그 가톨릭을 증오하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었다. 제임스 2세는 즉위 후 3년 동안 가톨릭 편향 정책을 서서히 강화했다.

 그러다가 1688년, 그가 로마 교황의 뜻을 받들어 가톨릭 신앙의 자유를 선포하자 영국 국민들은 마침내 국왕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바로 제임스 2세의 사위였던 네덜란드 총독 빌럼 공에게 초청장을 보내 국왕의 자리를 대신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그 후 빌럼 부부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영국에 입성했다. 제임스의 군대는 그들이 오기도 전에 이미 와해한 상태였고, 빌럼이 런던에 도착할 즈음에는 제임스 2세도 이미 도망친 후였다. 그는 도피 중에 발각되어 런던으로 압송당했다가 빌럼의 묵인 아래 국외로 탈출하게 되었다. 이렇게 피를 흘리지 않고 권력이 바뀌는 혁명이 일어났기에 이를 '명예혁명'이라고 부른다. 1689년 2월, 빌럼 총독과 메리 부부는 새로운 왕위에 등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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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혁명의 정치 경제적 효과

 명예혁명으로 인해 영국 정치는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이제는 정부를 믿을 수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새로 들어선 정부에 대해 호감을 가졌기에 국민들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것으로 정부를 지지했다. 그들은 필요하다면 국가가 전쟁을 벌이는 데 드는 비용까지도 기꺼이 부담하고자 했다. 18세기 초에 벌어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것이 하나의 예시다.

 이때의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부를 구심점으로 하여 자국의 무역을 보호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18세기의 식민지 전쟁을 통해 영국은 이미 대영제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특히 북아메리카 지역의 식민지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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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혁명의 배경

 정치 일각에서는 제임스 2세가 국왕이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사실 그들은 법조문을 이용해 제임스 2세가 등극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제임스 2세는 루이 14세를 경배하고 있었고, 신교 국가에서 구교인 가톨릭을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임스 2세는 국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내란의 위협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던 영국 국민들은 제임스 2세가 지혜롭고 똑똑한 국왕이기를 기대했지만 역시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는 의회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했고, 런던과 그 밖의 도시들의 이익에 큰 위협을 가져왔다. 흡사 전제 정권의 독재자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영국 국민들이 타도해야 할 '적'이 되어 버렸다. 내란을 원치 않았던 영국인은 1688년, 국왕의 딸과 사위인 네덜란드 총독 부부를 초청하여, 영국의 자유를 수호해 달라고 요청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원래 이 빌럼 총독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생각까지는 없었다. 다만 군대를 이끌고 와 국왕에게 위협을 주는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가 영국에 입성해 국왕을 밀어내자 영국 국민은 빌럼과 메리를 입헌군주제 하의 공동 국왕으로 추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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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혁명의 의의

 명예혁명은 반란이나 내란이 아닌 타협을 통해 실현된 혁명이다.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얻은 혁명이라는 뜻이다. 윌리엄 3세는 영국 의회와의 협상을 통해 왕좌를 얻어낸다. 바로 이것이 영국의 왕권을 제약하는 구실이 된다. 그는 시민의 권리를 인정했고, '권리장전'을 통해 의회를 정기적으로 소집하는 것에 동의했다. 게다가 군주 역시 법률의 틀 안에서 의회에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받아들였다. 명예혁명은 민주주의나 시민들의 권리를 쟁취했다기보다는 국왕이 이미 권력을 얻은 상인, 토지소유자, 금융가 등과 합의를 도출한 것에 불과하다.

 명예혁명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바로 전쟁 때문이기도 하다. 윌리엄은 즉위하자마자 프랑스 루이 14세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그는 전쟁자금이 필요했기에 잉글랜드 은행을 설립하고 국채 제도를 마련했다. 비록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는 아닐지라도 가장 효율적으로 선진적인 금융제도를 갖추게 된 셈이다. 이렇게 영국은 육군과 해군의 힘을 빌려 강대한 상업제국과 식민제국을 건설하고, 의회가 담보한 국채 제도를 통해 막강한 산업 강국을 이룩하게 되었다.

 의회는 세수를 통해 국채의 이자를 갚아 나갈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해 주었다. 이 때문에 매년 의회를 열 수 있게 되었다. 1688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영국 의회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의회가 정기적으로 소집되자 정치인들 간에 토론과 논쟁이 활발해졌다. 덕분에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사람들은 사회집단과 교육제도, 언론 등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사유의 폭을 넓혀 나갔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보다 훨씬 개방적인 사회였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안정이 영국에서 과학적 사고가 발전하는 데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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