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수도는 모스크바이고, 그곳은 광활한 대평원이 펼쳐져 있다. 평원은 얼핏 보면 살기 좋은 굉장히 좋은 단어 같지만, 역사에서는 그렇게 이상적인 단어만은 아니었다. 농사를 짓든 뭘 하든 하기 좋은 평원은 침략까지도 하기 좋은 터였던 것이다. 그러니 모스크바 공국을 필두로 만들어진 '러시아'라는 국가는 모스크바를 지키기 위해 주변 영토를 확장하는 길을 택한다. 여기에 대항해 시대의 후발 주자라는 점과 부동항의 부재로, 바다 진출이 힘들자 땅으로 이어진 곳이라도 차지하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1547년, 모스크바 대공 이반 4세는 러시아 최초로 황제 자리에 올랐다. 이때부터 제정 러시아는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으며,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였던 우랄 산맥을 넘어 그 당시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던 시베리아로 세력 확장을 하기 시작했다. 영토 확장은 바로 전쟁을 의미했다. 사실 그 전부터 전쟁은 러시아 국민에게 있어 삶의 일부 수준이었다. 800년부터 1237년까지 러시아는 4년에 한 번꼴로 외부의 침략을 막아냈다. 그리고 1240년부터 1462년까지 222년간은 200여 차례, 즉 1년에 한 번꼴로 외부의 침입을 물리쳤다. 여기에 기름을 제대로 부은 것은 역시 몽골이었다. 몽골의 등장으로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이 위치한 지역이 바람막이 하나 없는 곳임을 깨닫는다. 그 당시 러시아는 동, 서쪽에서 오는 외부 세력을 막아 줄 험한 하나 없었다. 이런 역사를 지녔으니, 러시아의 통치자들은 국민들에게 외세 침입의 불안감을 없애주어야 했다. 아무리 그 땅의 왕이라고 지형까지 바꿀 수는 없는 법. 없던 산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러니 국가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가의 경계를 최대한으로 넓히는 것이었다. 광활한 대륙 확보로 모든 나라에 위협이 되는 제국을 만들고자 했다.
1370년에서 1895년까지 525년이라는 시간 동안 러시아는 모두 329번의 전쟁을 했다. 3년 중 2년은 전쟁인 꼴이다. 러시아는 코카서스 지방과 중앙아시아 일부를 손에 넣기도 했으며, 예카테리나 2세 34년의 재위 시절에도 전쟁은 멈추지 않고 영토에 대한 욕심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윽고 정복 사업을 완성한 그녀는 외쳤다. "난 빈손으로 러시아에 왔지만 마침내 러시아에 혼수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크림반도와 폴란드가 바로 그것이다!"
초기 러시아의 전쟁은 외부 세력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나 훗날은 러시아가 반대로 침략자의 위치였던 것이다. 영토 확장 과정에서 귀족은 물질적 이익을 챙기고, 국민은 외세로부터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되었다. 러시아의 영토 확장 전쟁은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되었다. 이때 영토가 동서로 1만 5,000킬로미터, 전 세계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쪽 끝에 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해가 저물 때면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역사학] - [러시아사]#3_표트르 1세 이전 러시아의 현실 첫 번째 이야기
'역사학 > 러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시아사]#5_표트르의 유럽유학 (0) | 2023.11.13 |
---|---|
[러시아사]#4_표트르 1세 이전 러시아의 현실 두 번째 이야기 (0) | 2023.11.13 |
[러시아사]#3_표트르 1세 이전 러시아의 현실 첫 번째 이야기 (0) | 2023.11.12 |
[러시아사]#1_쌍두 독수리 (0) | 2023.11.09 |
[러시아사]#0_동서양의 정신이 공존하는 러시아 (0) | 2023.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