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대항해시대_새로운 향로 무역 루트를 찾으러

동방의 향료가 유럽에 이르는 길

 15세기 유럽의 경제 중심지는 지중해였다. 베니스, 제노바, 피렌체의 크고 작은 선박이 지중해와 북해를 넘나들었다. 이들은 동방에서 가져온 각종 사치품을 유럽 각지로 운반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1423년 베니스 총독이 자랑한 업적을 살펴보면 당시 베니스는 소형 선박 3,000척, 중형 선박 300척, 대형 전함 45척에 선원 3만 6,000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또한 매년 무역 거래액이 1,000만 두카토에 달했는데, 당시 교황의 시종이 1년에 30 두카토를 받았다고 하니 그 거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유럽인들이 베니스 상인을 질투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향료 무역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에서 향료의 가치는 황금에 견줄 만했다. 유럽인들은 고기를 요리하거나 저장할 때 맛과 향을 더하기 위해 반드시 향료를 가미했는데, 워낙 귀하고 비싼 탓에 향료를 구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은 누린내 나는 고기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11세기 유럽의 후추는 알갱이 단위로 팔아야 할 만큼 비쌌다. 그래서 당시 유럽에서는 부자를 '후추 자루'라고 불렀으며, 후추로 땅을 살 수도 있었다. 후추의 양을 잴 때는 천칭으로 정확히 측정했는데, 이때 귀중한 후추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반드시 문을 꼭 닫아야 했다.

 향료가 지나는 길은 가장 중요한 무역로였다. 머나먼 동방, 지금의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향료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이 향료를 채취해 시장에 내놓으면 이슬람 상인들이 그것을 구입해 독목선(통나무를 파서 만든 작은 배)에 실어 말라카까지 운반한다. 다시 인도 해안을 따라 호르무즈나 아덴까지 운반하고, 이집트에서는 낙타 부대가 이 향료를 싣고 사막을 건너 나일강 하구에 도달한다. 기다리고 있던 베니스 상인들은 그곳에서 향료를 사들인 후 상선에 싣고 지중해에 도착한다. 향료는 최종적으로 고객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몇 차례 탐욕의 손길을 거쳤는데, 당시 이집트에서 국경을 넘어가는 향료에 부과한 세금은 매년 수십만 두카토에 달했다고 한다.

 인도에서 3 두카토도 안 되는 후추가 카이로에서는 68 두카토에, 베니스에서는 150 두카토에 거래되었다. 향료는 유럽인들에게 동방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동방은 모든 것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며 신비하리라는 상상을 말이다. 당시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인도와 중국의 가난한 이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당시 유행했던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묘사된 동방의 모습은 이러한 유럽인들의 환상을 더욱 부추겼다. 이러한 환상과 동경은 15세기 중반 그들이 항해 탐험을 진행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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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 찾아온 사명, 유럽을 위한 새로운 향로 무역 루트를 찾아라

 엔리케 왕자가 60세쯤 되었을 때, 오스만 튀르크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오스만 튀르크는 순식간에 강대한 세력을 키워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북아프리카까지 뻗어 나갔고, 이에 따라 기존의 향료 무역로가 단절되었다. 유럽인들은 동방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새로운 동방 무역로를 개척하는 역할은 유리한 지리적 요건을 갖춘 포르투갈에 자연스레 넘어왔다.

 이제 막 왕위에 오른 주앙 2세는 인도 항로 개척을 국가적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탐험대를 파견했다. 포르투갈의 함대는 지금의 가봉, 콩고, 앙골라, 나미비아 등 거의 모든 아프리카 해안에 닿았다. 하지만 인도로 통하는 향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때까지의 유일한 성과는 아프리카 최남단을 발견한 것이었다.

 1487년 8월, 주앙 2세는 디아스에게 함대를 이끌고 탐험을 떠나도록 명령했다. 1488년 1월 초, 디아스는 아프리카 대륙이 동쪽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프리카 최남단을 이미 지나간 후였다. 그러니까 디아스가 거대한 해안 언덕을 발견한 것은 그가 다시 귀항하는 길에서였다. 그는 이곳을 '폭풍의 곶'이라고 명명했다. 디아스의 보고를 받은 주앙 2세는 이 해안 언덕에 '희망봉'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는 인도 항로 발견에 대한 주앙 2세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스페인이 내부적으로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포르투갈은 100년 가까이 해양 탐험에 몰두할 수 있었다. 스페인의 혼란이 포르투갈에는 행운이자 기회였던 셈이다.